내가 지불한 돈으로 받는 서비스이지만, 나보다 나이 많은 분께 친절을 받는것이 조금 불편하다.

괜히 내가 잘못한것도 아닌데 말이다.

상황을 잘못되게 만든것 같은 죄책감을 느낀다.

'포인트 적립하세요?'

'아니요'

'현금영수증 하세요?'

'아니요'

'영수증 드릴까요?'

'네'

이미 정해진 친절 절차를 밟는것도 불편한 것이다.

'영수증만 주세요.'

절차를 간소화시켜 캐셔의 수고를 덜고 나의 필요없는 감정도 덜었다.


처음보는 담배였다. 케이스는 베이지 색상에 여느 담배 케이스와 다른 규격이었다.

캐셔도 익숙하지 않은 담배였는지 한 남자가 담배를 손으로 직접 가르켰다. 손가락으로 푹 찔렀다.

'하나둘셋넷다, 다섯개 주세요'

'만오천입니다'

아무 내용도 감정도 없는 말을 친철하게 말한다. 안면일식 없는 사람일지라도 하루에 딱 한번만 친철하게 말하라면

그렇게 말할수 있을거라 믿는다.

남자 셋은 어수선하게 계산대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처음엔 일행이 아닌줄 알았다.

계산을 하면서 다섯 갑을 떨어트리고 퇴장까지 정신없이 했다.


생수 2L에 910원이라 마음같아선 집에 쌓아두고 마시고 싶다. 누가 4층까지 걸어서 쌓아주겠나.

그것마저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물이 떨어질 때마다 사다 마신다.


'거기 물손님. 주세요'

'영수증만 주세요'

물손님 이라니. 왠지 나를 하대하는 말처럼 들려서 (물론 아니라는걸 알기 때문에) 웃기고 즐거웠다.

물손님 이라니. 그분이 만든 말인가.

충분히 만들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캐셔가 그 말을 나에게만 쓰는것 같다는 묘하게 나쁜 느낌이 들었다.

물만 사가는 손님한테  생수와 더불어 재미까지 준 고마운 분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Posted by with_the_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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